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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기도... 정채봉

by 一切維心造 2008. 3. 13.

기는 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바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있는 얼굴에는

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틈에서 피어난

민들에 한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 낱에서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        정채봉, 기도

 

 

 

 

Hurry up.

빨리 빨리

아직도 그 모양이야

지금 가지고 있는 내 마음의 조급증

누구도 어쩌지 못하고

스스로 바빠져서 통제가 안되는

그리고 이제는 그것이 習이 되어 일상이 되어버린

 

더 이상

하늘을 보지도 않고

주변의 것에도 관심을 둘 여유마저도 없는

그런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