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반죽
한미영
냉장실 귀퉁이
밀가루 반죽 한 덩이
저놈처럼 말랑말랑하게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동그란 스텐그릇에
밀가루와 초면初面의 물을 섞고
내외하듯 등 돌린 두 놈의 살을
오래도록 부비고 주무른다
우툴두툴하던 사지의 관절들 쫀득쫀득해진다
처음 역하던 생내와
좀체 수그러들지 않던 빳빳한 오기도
하염없는 시간에 팍팍 치대다보면
우리 삶도 나름대로 차질어 가겠지마는
서로 다른 것이 한 그릇 속에서
저처럼 몸 바꾸어 말랑말랑하게
사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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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이라는 게
서로 다른 것이 한 그릇 속에서
서로를 알려고 몸부림치며
사는 것
생경한 것에 흠칫 놀라기도 하고
익숙한 것에 질리기도 하는
그러면서
하나가 되는
그러면서
무뎌지는…
그래도
한 쪽이 없으면
반죽이 안 되는
이제는
서로에게
필요한
서로가 한 몸이 되 버린
익숙한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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