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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밀가루 반죽....

by 一切維心造 2021. 3. 19.

 

 

 

 

 

밀가루 반죽

한미영

 

 

 

냉장실 귀퉁이

밀가루 반죽 한 덩이

저놈처럼 말랑말랑하게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동그란 스텐그릇에

밀가루와 초면初面의 물을 섞고

내외하듯 등 돌린 두 놈의 살을

오래도록 부비고 주무른다

우툴두툴하던 사지의 관절들 쫀득쫀득해진다

처음 역하던 생내와

좀체 수그러들지 않던 빳빳한 오기도

하염없는 시간에 팍팍 치대다보면

우리 삶도 나름대로 차질어 가겠지마는

 

서로 다른 것이 한 그릇 속에서

저처럼 몸 바꾸어 말랑말랑하게

사는 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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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이라는 게

서로 다른 것이 한 그릇 속에서

서로를 알려고 몸부림치며

사는 것

생경한 것에 흠칫 놀라기도 하고

익숙한 것에 질리기도 하는

그러면서

하나가 되는

그러면서

무뎌지는

 

그래도

한 쪽이 없으면

반죽이 안 되는

이제는

서로에게

필요한

서로가 한 몸이 되 버린

익숙한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