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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주먹을 꽉 움켜쥐고 산 인생

by 一切維心造 2006. 7. 13.

어느 금요일 오후, 나는 혼자서 차를 몰고 시내 외곽 쪽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주말이라 고속도로가 붐볐지만, 어서 빨리 교외로 나가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고속도로 중간쯤 갔을 때 앞서 달리던 차들이 갑자기 멈춰 섰습니다. 나도 차를 정지한 뒤, 백미러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런데 내 뒤를 따라오던 차 한 대가 전혀 정지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그대로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차는 전속력으로 돌진해 왔습니다. 그 차의 운전자가 순간적으로 한눈을 팔았으며, 곧 내 차를 강하게 들이받으리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차의 속도, 그리고 내 차와 앞 차의 간격을 볼 때, 나는 아주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순간 나는 운전대를 움켜쥐고 있는 내 손을 내려다보게 되었습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꽉 잡았던 건 아닙니다. 나도 모르게 그런 것이었고,

그것이 내가 그때까지 살아온 방식이었습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살고 싶지도 않았고, 이런 식으로 죽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양손을 옆으로 내려 놓았습니다. 운전대를 놔버린 것입니다. 삶에, 그리고 죽음에 순순히 나 자신을 맡겼습니다. 뒤이어 엄청난 충격이 느껴졌습니다.

 

얼마 후, 사방이 고요해지고, 나는 눈을 떴습니다. 너무나 놀랍게도 나는 하나도 다치지 않고 멀쩡했습니다.

 

지금까지 늘 주먹을 꽉 움켜쥔 채 살아왔지만,

이제는 손바닥 위에 부드러운 깃털이 놓인 것처럼 평화롭게 손을 편 채로도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著, 인생수업 중에서

 

 

운전대를 꽉쥐고

온 몸의 근육은 바짝 긴장한 상태로

눈을 부릅뜨고 앞만 보면서

살아온 인생

 

내 움켜쥔 손을

펼 수는 없었다

손을 펴면 다 날아갈 것 같았고

그럴만한 여유도 없었다.

 

나는 움켜쥔 손에

더 힘을 주기 위해

꽉 쥐었고

어떠한 틈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익숙한 근육은

늘 긴장하고 있었고

눈은 힘이 너무 들어가

오후가 되면

몹시 피곤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