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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재수 좋은 여자

by 一切維心造 2006. 5. 21.

재수 좋은 여자

 

나의 아내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재수가 좋은 여자 가운데 하나다.

내 말이 믿기지 않는 사람은 아내의 친구들에게 물어보라.

 

지난 여름 아내는 바위에 걸려 넘어져서 팔목이 부러졌다. 이런 일을 당하면 사람들은 대개 재수가 없었던 걸로 생각한다. 그런데 아내의 경우에는 모든 일이 참 잘된 일로 판명되곤 한다.

아내가 다치고 나서 이튿날 내가 친구와 주고받은 대화는 이런 것이었다.

우리 집 사람이 팔목이 부러졌어.

오른 쪽 팔목인가, 왼쪽 팔목인가?

친구가 물었다.

왼쪽일세.

왼쪽을 다쳤으니 자네 부인은 운이 좋은 걸세. 오른쪽 팔목이 부러졌다면 지금보다 갑절은 더 불편했을 게 아닌가?

 

또 다른 친구는 아내가 넘어졌을 때 앞으로 넘어졌는지, 뒤로 넘어졌는지 알고 싶어했다.

글쎄, 확실히 모르겠는데…….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되나?

문제가 되구 말구. 만일 앞으로 넘어졌다면 그건 대단히 운이 좋은 걸세. 뒤로 쓰러졌다면 허리를 다쳤을 테니까 말일세.

자네 부인은 넘어지면서 팔로 땅을 짚었으니까 코를 다치지 않은걸세.

 

옆집에 사는 사람이 말했다.

부인께서 낙상을 하셨다면서요?

, 팔목을 부러뜨렸지요.

엉덩이를 다치지 않은 게 다행이죠. 어떤 여자들은 행운을 타고 나지요. 뼈가 부러지더라도 적당한 장소에서 적당한 시간에 부러지거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뼈가 부러지더라도 정형외과 의사가 가까이 있는 곳에서 또 그가 골프장 같은 데 나가 있지 않을 때 부러져야 한단 말입니다.

우리 단골 의사는 낚시하러 가지도 않았던걸요.

그렇다면 부인께서는 정말 운이 좋은 분입니다. 부인께서 그걸 알기나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알구 말구요. 그 사람은 넘어질 때마다 그걸 축복이라고 생각하지요.

 

-        이명수 著, 철학하는 바보 중에서

 

어떤 것이 큰 불행이고, 또 어떤 것이 큰 행복인가?

본시 행복과 불행은 그 크기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작은 것도 커지고 큰 것도 작아질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현명한 사람은 큰 불행도 작게 처리해 버리며,

어리석은 사람은 조그마한 불행도 크게 확대해서 스스로 큰 고민 속에 빠진다.

 

-        라 로슈푸코

 

 

동일한 상황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것은

다 다르다.

사람마다 그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크기는 같은 데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큰 바위가 되기도 하고

가벼운 돌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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