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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속에서

완전한 슬픔

by 一切維心造 2015. 4. 18.






 

완전한 슬픔     / 황규관

 

 

아내가 내 수입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내가 갖다 쓰는 게 많아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들어가는 학원비며 그런 것들 탓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의 생활은 부족하지 않느냐는

무의식적인, 하지만 내게는 족쇄 같은 항변이다

 

4월이 되니 목련이 피고 모든 아름다움의 끝은

시커먼 상심일지 모르나, 그러나 그렇지 않다

내 수입은 완전하다 어떤 핑계와 굴욕과

타락한 삿대질을 갖다대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아내를 눕히려는 건

자위나 오기가 아니다 여기까지도 완전한데

왜 우리는 결핍에 시달리며 사랑을 해야 하나

 

봄비 그친 오늘 아침엔

마른 가지마다 어린잎이 입도 안 가리고 웃었다

그게 우주고 또 우리의 생활은 거기서 피어나는 것

이제야 어떤 비밀을 알았다는 순간의 오만함으로

아내여 아무 전제 없이 불을 끄자

그러나 끝내 내게 오지 않은 애인이나 가슴의

밑바닥에서 울부짖는 텅 빈 심연은 모른 척해다오

우리는 완전하니까 가냘픈 수입도

크는 새끼들의 주전부리도 가난한 잠자리도

완전한 만큼 슬픔은 맑은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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