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내가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 나무가 되기를
더 이상 봄이 오지 않아도 의자마다 싱싱한 뿌리가 돋아
땅속 깊이깊이 실 뿌리를 내리기를
실 뿌리에 매달린 눈물들은 두 작은 미소가 되어
복사꽃처럼 환하게 땅속을 밝히기를
그 동안 내가 살아오는 동안 앉아 있었던 의자들은 모두
플라타너스 잎새처럼 고요히 바람에 흔들리기를
더 이상 새들이 날아오지 않아도 높게 높게 가지를 뻗어
별들이 쉬어가는 숲이 되기를
쉬어가는 별마다 새가 되기를
나는 왜 당신의 가난한 의자가 되어주지 못하고
당신의 의자에만 앉으려고 허둥지둥 달려왔는지
나는 왜 당신의 의자 한번 고쳐주지 못하고
부서진 의자를 다시 부수고 말았는지
산다는 것은 결국
낡은 의자 하나 차지하는 일이었을 뿐
작고 낡은 의자에 한번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었을 뿐
-
사방이 환히 트여진 들판을 석양에 나가보면
인생이 얼마나 진지한 맛으로 다가오는지
내가 그 동안 놓치지 않으려고 얼마나 꽉 쥐고 살았는지
알게 된다.
바라는 목표를 얻었으나
그것을 잡는 순간 마음은 더없이 허전하였다.
그 순간을 위해 정말 열심히 땀과 노력을 흘렸고
그 열매를 취했으나
맛을 맛보기 전에
마음이 휑 뚤린듯한 감정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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