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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쓸모없음의 쓸모....

by 一切維心造 2021. 11. 26.

 

 

 

쓸모없음의 쓸모

 

 

 

 

추선秋扇 가을부채

쓸모없어진 물건을 비유하는 말로

 

중국 전한시대 성제의 후궁 반첩여의 시에서 유래했다고

당신 품과 소매 속 드나들며 흔들어서 미풍을 일으켰었는데

두려워요, 곧 가을이 와서 서늘한 바람이 더위를 앗아가면

상자 속 버려진 신세 되어 은애恩愛 하는 마음 끊어질까봐

 

지혜롭게 왕을 보필하며 총애를 받던 반첩여는 화려한 매력을 지닌 새 후궁 조비연의

등장에 바로 외면당한다.

그 처지를 한 여름에 귀한 대접을 받다가 서늘한 가을이 되자 용도 폐기된 부채에 빗댄 것이다

 

-    이영숙, 조선일보 일사일언 중에서

 

쓸모에 따라

사람도 물건도 잊혀지고 버려지는 게 운명일까?

 

이맘때가 되면 나이 먹은 직장인들은

짐을 쌀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더운 날씨가 아니고

역할을 할 공간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주변의 눈도

우호적이지 않다

 

나는 이 조직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고

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고

그렇게 행동했지만

 

어쩌랴

시간은 나를 붙잡지 않으니….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자신의 모든 것

인생 그 자체라고 생각했던 직장에서

이제 그만 내리라고 하면

그 상실감

당혹스러움

그리고

까닭없는 분노와

슬픔이

그리고 마침내 체념과

무너지는 자존감自尊感

 

가장 필요한 사람이었는데(스스로 생각)

이제 필요없다고 하니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어쩌겠는가

현실을 봐야지

잠시 빌린 의자는

금새 다른 이로 채워진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내가 필요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

있는 동안 나름 최선을 다한 사람이

나 였다는 것

가족을 이루고 아이를 양육하고

스스로 성장한 시간이었다는 것

 

무엇보다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앞으로 남았다는 것을

 

그간

조직의 누구였지

인간 ㅇㅇㅇ의 삶은 아니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