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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혼자 먹는 밥

by 一切維心造 2019. 4. 28.







 


혼자 먹는 밥


                                                임영조


 


외딴 섬에 홀로 앉아 밥을 먹는다

동태찌개 백반 일인분에 삼천오백원

호박나물 도라지무침 김치 몇 조각

깻잎장아찌 몇 장을 곁들인 오찬이다


먹기 위해 사는가, 묻지 마라

누구나 때가 되면 먹는다

살기 위해 먹는가, 어쨌거나

밥은 산 자의 몫이므로 먹는다.


빈둥빈둥 한나절을 보내도

나는 또 욕먹듯 밥을 먹는다


은행에서 명퇴한 동창생은 말한다

(위로인지 조롱인지 부럽다는 듯)

시 쓰는 너는 밥값한다고

생산적인 일을 해서 좋겠다고 말한다


나는 아직 이 세상 누구를 위해

뜨끈한 밥이 돼본 적 없다


누구의 가슴을 덥혀줄 숟갈은커녕

밥도 안 되고 돈도 안 되는

시 한 줄도 못 쓰고 밥을 먹다니!


유일한 친구 보세란報歲蘭 한 분이

유심히 지켜보는 가운데

혼자서 먹는 밥은 왜

거저먹는 젯밥처럼 목이 메는가

먹어도 우울하고 배가 고픈가


반추하며 혼자 먹는 밥


 



생산적인 일이란 무엇인가?


밥벌이를 위한 것은 생산적인 일인가?

밥벌이로

30여년을 일을 했으면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겠나

생각하다가도


이렇게 살아도 되는가?

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하고


이 없어서

당장 생활이 안 되어서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견딜 수 없어서


일거리를 찾아

나서야 하는가?


그나

언제까지 밥값을 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