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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나는 정말 잘 알고 있는가?

by 一切維心造 2019. 4. 9.







 


나는 정말 알고 있는가?


 


‘사랑하고 존경한다’


위대한 부인이고

위대한 요리사이고

위대한 간호사이고

위대한 작가이고


그리고 이런 내용이 100페이지는 더 계속 되는


구보타 시게코를 나는 사랑하고 존경한다…


 


          구보타 시게코… 나의 사랑, 백남준 중에서


 


아내와 남편은 인간관계를 통틀어 가장 가까운 사이에 속한다.

그런데 그 관계가 ‘죽었다’는 말은 과연 무슨 뜻일까?


그것은 서로 같은 공간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지만

서로에 대해 더 이상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고,

상대방에 대해 알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뻔뻔하게 말하곤 한다.



가족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고,

그들은 내가 필요로 할 때 언제든 달려와 줄 것이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은 모두 알고 있다고,


다만 사느라 바빠서 지금 잠시 서로에게 소홀한 것일 뿐이라고…


나는 과연 남편에 대해,

아내에 대해

아들과 딸에 대해 100페이지를 넘어서 계속 쓸 말이 있을까?


그만큼 내가 그들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지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내 남편은 의사이고, 두 아이의 아빠이고, 장남이며 책임감이 강한 리더이다’라는 말로 시작은 할 수 있지만 그 나머지는 어떻게 채워야 할까?



남편과 아이들은 나에 대해 어느 만큼의 페이지를 채울 수 있을까?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당신이 지금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는 그에 대해

채울 수 있는 페이지가 어느 만큼 되느냐고 말이다…





                       김혜남, 당신과 나 사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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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잘 알고 있는가?


내 아내에 대해…




내 아이들에 대해…

형제 자매에 대해…


그저 곁에 있고


내 자식이며

내 형제.자매이니

다 이해하겠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친절하면서


정작 가까운 사람에게는 왜 그렇게 냉철冷徹했는지

왜 그렇게 사리분별事理分別이 명확했는지

왜 내가 다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노트를 꺼내 생각해보니



100페이지는 커녕 한 페이지도 채우기 어렵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