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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인생이라는 자루

by 一切維心造 2019. 2. 16.










인생이라는 자루


 


어느 마을에 자신의 운명을 놓고서 끊임없이 불평을  늘어놓는 사내가 있었습니다.

사내는 만나는 사람이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운이 좋아 보이면

상대방과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그가 보기에 세상에는 자신보다 형편없는 삶을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천사가 사내를 찾아와서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겠노라고 했습니다.

사내는 이 기회에 자신의 운명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천사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남김없이 자루에 담아서 마을 밖으로 가져가시오.

그리고 나서 그곳에 쌓여 있는 문제가 들어 있는 다른 자루 가운데 하나를 마음껏 골라 가지시오."

사내는 천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자신의 문제들을 자루에 하나 가득 즐거운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사내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루가 조금씩 무거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결국에는 걸음을 떼기가 어려울 정도로 자루가 무거워졌습니다.

그러나 잠시 뒤에 자기 것보다 가벼운 것으로 바꿀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위로 삼아 억지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사내는 힘든 걸음을 옮기면서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예쁜 부인을 가진 정육점 주인, 커다란 저택을 가진 구두쇠 노인,

그리고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봇짐장수.

이제 자신에게도 문제를 모두 털어 내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니

몸은 고달파도 너무 기뻤습니다.


사내는 드디어 마을 어귀에 도착했습니다.

천사의 말대로 그곳에는 마을 사람들이 가져온 자루들이 수북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것을 자루더미에 미련 없이 집어 던졌습니다.


천사는 사내에게 원하는 것을 시간에 상관없이 골라도 좋다고 말했습니다.

사내는 쌓여 있는 자루들을 꼼꼼히 살폈습니다.

들어보고 비틀어보고 눌러보고 또 굴려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습니다 .


둘째 날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사내는 자신에게 꼭 맞는 자루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서 열심히 골랐습니다.

점심때가 지나서야

겨우 자신에게 어울릴 것 같은 자루를 찾아냈습니다.


다른 것들보다 무게가 가볍고 내용물도 훨씬 적어 보였습니다.

가장 가벼운 것이 분명했습니다.

사내가 자루를 메고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천사는

빙긋이 말없이 웃음을 지었습니다.

자루는 거짓말처럼 정말 가벼웠습니다.


사내가 자신의 것을 메고 갈 때는 곧 쓰러질 정도로 무거웠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듯이 가벼웠습니다 .

사내는 나는 듯이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문을 박차고 들어선 사내는 자루를 식탁에 내려놓았습니다.

자루가 정육점 주인의 것인지 아니면

부자노인의 것인지 몹시 궁금했습니다.

들뜬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면서 떨리는 손으로 자루를 연 사내는

곧 기절할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 자루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의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자루를 가장 가볍고 좋은 것으로

그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후로 사내는 누구를 만나도

자신의 인생을 바꾸겠다는 말을 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자신의 인생의 주인은

바로 자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자주

자신의 인생을 타인에게 맡기거나

운명에 맡길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너무 자주

자신의 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자리를 부러워하면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자신의 자리의 소중함을 잊어버리거나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다른 사람의 자리에 대해서는 막연한 동경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도 만족滿足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만족할 줄 안다면

인생이 좀 더 풍요로울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