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추수가 끝난 들녘을 바라보며
마음 한 구석이 뻥 뚤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가을이
해질녘이 더 슬퍼집니다.
아마
인생에서도 가을에 접어든 나이여서 일까요……
너무 열심히 살아온 인생을
문득 뒤돌아 보게 됩니다.
생각한 만큼 충만하지도
허전하지도 않지만
무언가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마음 터놓고 이야기 할 사람이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그냥 마음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이
없네요……
그러고 보면
내가 얼마나 가졌는가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 가?
이런 것들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을 자신을 보며
잘 못 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산 것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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