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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by 一切維心造 2009. 10. 31.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추수가 끝난 들녘을 바라보며

마음 한 구석이 뻥 뚤린 듯한 느낌이 듭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가을이

해질녘이 더 슬퍼집니다.

아마

인생에서도 가을에 접어든 나이여서 일까요……

 

너무 열심히 살아온 인생을

문득 뒤돌아 보게 됩니다.

생각한 만큼 충만하지도

허전하지도 않지만

무언가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마음 터놓고 이야기 할 사람이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그냥 마음을 드러내고 싶은 사람이

없네요……

 

그러고 보면

내가 얼마나 가졌는가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 가?

이런 것들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왔을 자신을 보며

잘 못 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산 것도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