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로 늙어버릴 것을
저보다도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한마디 한다고 나서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건 참으로 애석하지만
저도 결국엔 친구 몇 명은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으로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모든 사람들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제가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내 팔, 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 호소하려 할 때에는 아예 입을 막아주소서.
내 몸이 겪는 고통은 해마다 심해지고
그것들에 대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줄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만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제 기억력을 좋게 해주십사고 감히 청할 수는 없으나,
제게 겸손한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부딪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나도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아멘.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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