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있는 나는 누구인가?
오십대의 얼굴에 내가 들어가 있다
‘나’라고 굳게 믿어온,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는 얼굴이다
지금껏 만 번 정도는 거울을 보았으며, 그때마다 이 얼굴은 나였다
시간이 무수히 나를 변형시켜 과거와 전혀 다른 얼굴이 되었어도,
나는 이 얼굴로 돌아다녔고 온갖 사람을 만났다
그런데 이제 가끔은 이 얼굴이 너무 낯설다
나는 내 고정관념에게 슬며시 물어본다.
정말 이 얼굴이 너니?
얼굴뿐만 아니라 내 이름과 이름 뒤에 붙은 온갖 계급장도 내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 같다.
밥벌이 문제,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해결하는 것만도 벅차서,
나와 내 삶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그런 건 먹고 사는 일을 다 처리하고 나서 여유가 생기면 천천히 생각해도 되는 한가한 일일지 모른다
이 질문이 없는 동안 나는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늙든 병이 들든 큰 사고를 당하든 언젠가는 내가 한없이 약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때 이 질문은 느닷없이 기습하여 나를 괴롭힐 것이다
아무도 모르는 나는 무엇인가?
지금 여기 있는 나는 누구인가?
다시, 시로 숨 쉬고 싶은 그대에게 김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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